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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어버이날에 받은 편지

어버이날에 받은 편지

 

며칠전, 54. 큰아들, 광우 생일날에 편지를 썼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내가 지방근무중으로 떨어져 있어 곧잘 편지를 쓰곤 했었는데, 병역의무까지 마치고 복학을 기다리고 있는 다 큰 아들에게 막상 편지를 쓸려고 하니 별 할 말이 없었다. 스스로 알아서 할 나이인데 잔소리같기도 해 그냥 생일을 축하하고, 성실성과 가족애만 믿는다고 했다.

 

그리고 어버이날이 하루 지난 59, 저녁 퇴근을 하니 안해가 광우가 편지를 썼다고 했다아들녀석은 편지 건네기가 쑥스러웠던 모양이다. 나는 할 말이 없어 짧게 썼는데, 아들녀석은 마음을 담아 제법 길게 편지를 썼다. 흐뭇하고 대견스러웠다.

 

** 사랑하는 아빠

 

오늘은 날씨가 꽤 더워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잠바를 입고 나갈 정도로 쌀쌀했는데, 며칠 사이에 여름이 온 것 같아요.

매일 집에서 뵙는데 새삼스레 편지를 쓰려니 좀 쑥스럽네요. 평소에는 잘 못하다가 어버이날이라 생색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 도서관인데요. 옆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아이들 뛰어 노는 소리가 들려요. 어느새 잎이 무성해진 나무도 햇빛을 받아서 빤짝이고, 바람도 적당하고, 마치 저 아이들 틈에 들어간 것 같아요. 제가 저만 할 때 아빠랑 재미있게 놀았잖아요. 집에서 배드민턴도 치고 놀이공원에도 가고 산에도 가고......

뭐 산이야 그때도 엄청 가기 싫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이렇게 즐겨운지 모르겠네요.

 

요즘은, 아니 고등학교 때 부터인가. 멋도 모르고 자신감만  있었던 때. 아빠말도 참 안듣고 했었는데, 지금은 아빠랑 똑 같은 말을 저보다 어린 사람한테 하게 되네요.

 

'가장 빠른 길은 앞서간 사람의 길을 밟는 것이다.'라는 말이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되네요.

 

저 때문에 속 많이 상하셨조. 얼마전부터 영어회화학원에 다니잖아요. 생각처럼 잘 안되요. 수학이나 과학같은 것 답이라는 게 있고, 내가 한 것들이 눈에 보여서 재미있는데, 영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서 그런가? 지루하기도 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하네요. 그래도 계속 듣고 말하고 하니까, 꾸준히 늘겠죠?

 

영어공부도 그렇고, 복학준비도 그렇고. 이제 열심히 할께요. 너무 걱정 마세요.

이렇게 길게 쓴적이 없는데...... 앞으로 편지도 자주 쓸게요.

몸 건강하세요.

 

                                    2006. 5. 8    광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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