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행
지리산 삼신봉
10월 20일 검사팀 직원들과 추계체육행사로 지리산 삼신봉으로 등산을 갔다. 등산 코스는 청암 청학동에서 출발하여 화개 쌍계사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았다. 약 5시간 걸리는 코스지만 해발 800미터 산 중턱에서 출발해 약 1시간 30분만 오르면 1,284미터 삼신봉 정상에 닿을 수 있고, 그 다음은 능선길에 내리막이라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아침 7시에 지역본부를 출발하여 문산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하동IC로 빠져 나와 횡천삼거리에서 청학동으로 들어갔다. 참가인원이 25명인지라 고급 리무진버스를 전세냈건만, 기사 아저씨가 길이 서툴러 예정보다 1시간 가량 늦게 청학동에 도착했다.
삼신봉 등산은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삼신봉만 올랐다가 내려오기에는 산행거리가 너무 짧아 승용차를 몰고 오기도 어중간했다. 우리같이 대절버스를 이용해야만 삼신봉 등산의 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등산로는 한적했다. 마침 산행하기 좋은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교통편 때문인지 어쩌다 한두명 마주쳤다.
삼신봉 정상에 서니 지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멀리 북서쪽으로 구름속에 언뜻언뜻 천황봉이 보이고 촛대봉 영신봉 삼도봉 반야봉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이 쥘부채를 펼쳐놓은 것처럼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지리산 주능선이 부채 끝이라면 삼신봉은 부채손잡이에 해당됐다. 지리산의 온 정기가 한 점 삼신봉에 모이는 것 같았다.
한 가지씩 소원을 빌고 내삼신봉을 지나 불일폭포쪽으로 향했다. 아직 이른 가을이기에 단풍은 정상 부근에만 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람은 세고 차가워 파카를 입어야만 했다. 오후 1시가 넘어 바람 없는 양지 능선에서 소주를 곁들여 충무김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앞으로 내리막길이라 더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분위기에 휩싸여 어쩔 수 없이 잔을 돌려가며 제법 마셨다. 다들 좋은 산행한다는 분위기였다. 지리산 정기가 모여 있는 삼신봉을 오르고, 게다가 웅장한 지리산 능선을 모두 보았으니 그럴 수 밖에.
불일폭포는 높이가 60m정도나 되는 우리나라 3대 폭포중의 하나라고 한다. 등산로에서 약 100미터쯤 계곡쪽으로 내려가니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일폭포가 나타났다. 폭포 밑까지는 내려갈 수 없고 나무로 만든 전망대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전망대는 낙석사고를 줄이고 폭포를 보호하기 위해 최근에 설치한 것 같았다.
쌍계사를 거쳐 우리의 최종 목적지 동백식당에 도착했다. 동백식당 김사장은 화개농협 이사로 하동군지부장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참게 요리전문가로 TV 요리 프로에도 수차례 출연한 바 있으며 참게요리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참게장, 참게찌게, 은어구이, 각종 산채요리 등등으로 푸짐한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 게다가 화개농협 전무가 옛 인연을 못 잊어 송이버섯을 구해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대하기 어려운 성찬과 귀한 음식 여기에 기분좋게 권하는 술로 추계체육행사 삼신봉 등산을 마무리했다.
사량도 지리산
10월 27일 회원지원팀 직원들과 사량도 지리산으로 등산을 갔다. 지난주 검사팀과 같이 간 지리산 삼신봉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등산코스다. 바다를 볼 수 있고, 칼날 같은 바위 위를 걷고, 밧줄과 사다리를 타고 벼랑을 오르고 내리는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섬 산행코스의 백미다.
출발 시간이 다소 지체돼 스피드와 곡예 운전을 해 가며 도산면 수월리에 있는 선착장에 배 출발시간 5분전에 도착했다. 날씨는 전형적인 가을날씨,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맑았다. 다만 해무가 옅게 끼인 것이 다소 흠이었지만 이만한 날씨 행운도 없을 것 같았다. 이번이 5번째인데 오늘 보다 좋은 날은 딱 한 번 뿐이었다. 금평에서 하선하여 마을버스를 타고 돈지로 갔다. 금평쪽에서도 갈 수 있지만 대부분 돈지쪽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요즘은 사량도에서 가장 가까운 고성쪽에서 유람선을 타고 건너와 내지에서 등산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섬 일주도로를 따라 오르다가 등산길로 접어 들었다. 오르는 중간중간 되돌아 보는 바다는 말 그대로 에메랄드 쪽빛이었다. 거친 숨도 흐르는 땀도 바다 한 번 보고 바닷바람 한 번 쐬면 싹 날아갔다.
작은 봉오리 하나를 지나 양쪽으로 바다를 구경하며 지리산에 올랐다. 지리산 높이는 397.8미터. 원래는 지리산이 보이는 산이라 해서 지리망산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냥 지리산이라고 한다. 바다 건너 북서쪽으로 삼천포 화력발전소 굴뚝이 솟아 있고, 붉은 주황색 사천 남해대교가 아름다운 자태로 바다위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지리산 천황봉은 보이지 않았다.
능선길은 힘들지는 않았지만 위험하고 재미있었다. 칼날같은 바위길은 아찔아찔 했지만 그 위에서 보는 바다, 쐬는 바닷바람은 그 어떤 산행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촛대봉, 불모산(달바위), 가마봉을 거쳐 마지막 봉우리 옥녀봉을 향했다. 가마봉을 지나 옥녀봉까지의 등산길은 가장 위험한 구간이자 이 산행코스의 백미다. 밧줄 타고 오르기를 2번, 밧줄과 사다리를 타고 내리기를 3번, 총 5번의 위험 곡예 구간이 등산객들의 배짱을 테스트한다. 그리고 매년 서너명은 떨어져 죽는다고 은근히 겁을 주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없으면 우회하면 된다.
모두 위험 등산로에 도전했다. 해병대 출신 박차장과 또 한사람 박과장은 남들 피하는 외줄을 타고 내려갔다. 직벽에 수직으로 걸려 있는 사다리 중간에 여자 등산객이 떨고 있는 것 같았다. 10미터가 좀 넘어 보이는 높이로 아찔함에 현기증이 느껴졌다. 수직으로 내려오는 코스도 겁났지만, 나는 마지막 밧줄 타고 오르는 코스가 무서웠다.
옥녀봉은 위험코스를 지난 곳에 있다. 밋밋한 봉우리로 돌무덤이 쌓여 있다. 등산코스에서 약간 비켜 있기에 못 보고 지나치기 싶다. 옥녀봉에는 근친상관의 전설이 있다. 여자가 귀한 섬이나 깊은 산골에 옥녀봉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더러 있다. 대를 잊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근친상관과 인간의 도리를 어길 수 없다는 도덕률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행의 흔적이 아닐까.
다시 금평으로 돌아왔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거의 5시간이 걸렸고, 힘든 코스가 아니건만 긴장한 탓인지 피곤함이 느껴졌다. 같이 간 여직원도 걱정했었는데, 무사히 남자들과 똑같이 완주했다.
사량도지점장이 소개한 횟집으로 갔다. 막 잡은 갈치 구이가 그렇게 맛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연산 회는 먹어 본 회 중에서는 최고였다. 시장기 탓도 있었겠지만 사량도지점장 초등학교 동창인 횟집 여사장이 특별히 신경 써서 준비했기 때문일 것이다. 싱싱한 문어, 산낙지, 돌멍게 등등을 안주로 마시는 소주맛도 일품이었다.
<삼신봉에서 단체 사진>
<사량도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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