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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광장

신규직원 면접

신규직원 면접

 

 

회원농협 신규채용 직원 면접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시군 지역별로 인적성 검사를 통해 2배수로 뽑아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정하게 되는데, 7개 시군에서 지역본부에 면접을 위임하였다. 면접 위원은 지역본부 책임자중에서 4, 회원농협에서 4명이 참여하였다.

 

제일 먼저 걱정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원만하게 면접을 진행하고 결과에 승복하도록 할 것인가였다. 과거 면접이 불공했다는 민원이 제기돼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으며, 나 또한 하동군지부장 시절 잘 한다고 한 것이 일부 조합장의 오해를 샀던 경험이 있었던만큼 중압감이 켰다.  

 

면접은 무엇보다 공정해야 하며, 응시생들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나아가 낙방한 응시생이 농협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원칙을 어떻게 하면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고민 끝에 면접위원장인 내가 모든 면접을 주관하고 나는 채점은 하지 않고 면접위원만 채점을 하는 방법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면접위원 전원이 질문을 하다보면 면접위원에 따라 질문의 난이도 차가 발생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특정 응시생에게 유리하게 질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면접일을 앞두고 잘 봐 달라는 청탁전화를 수차례 받았기에 이런 염려는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면접을 할 것인가? 농협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뽑고, '농협 면접 뭐 그래' 하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비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취업준비중에 있는 직원으로부터 취업준비서적을 빌리고, 최근 신문과 인터넷을 뒤져 질문문항을 만들고 시나리오를 짰다

 

제일 먼저 면접관을, 앞으로 근무하게 될 농협의 고객으로 보고 인사를 해보도록 했다. 그리고 자기소개, 직업관 또는 농협인으로서의 자세를 체크하는 내용의 질문을 하고, 감명있게 읽은 책 소개와 응시한 시군 자랑 그리고 퀴즈식으로 상식 질문에 답하도록 하였다.

 

면접이 끝난 후 면접위원들은 대부분 경우 고객맞이 인사말에서 판가름이 나더라는 말을 했다. 응시자의 첫인상과 태도가 채점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인상과 태도는 짧은 기간 노력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라온 환경, 자기개발을 위한 오랜 노력 그리고 가치관 등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인물의 호감도가 다른 어떤 요소 보다 영향을 크게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거의 절대적이었다. 면접 위원이 모두 남성으로 구성된 점도 작용했겠지만 얼굴이 예쁜 응시자가 자신감이 있어 보였고, 친절해 보였다. 농협의 특성상 남자들은 육체적인 노동을 해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건장한 남성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지만, 주로 고객을 응대해야하는 여성의 경우 용모가 우선시 되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 반장이나 과대표를 놓쳐 본적이 없다는 자기소개를 한 경우도 있었지만 왠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대신 최근 자신의 체험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소개한 응시생에게 호감이 갔다.

 

의외로 응시생들의 상식 수준이 낮았다. 대선을 앞 둔 시점임에도 '매니패스트'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는 사람이 없었고, 농촌의 환경을 자원화하는 '어매니티'를 아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었다.  또 놀라운 것은 젊은이들의 사상적 편향이었다. 맥아더를 훌륭한 영웅으로 알았는데 한국 현대사에 관한 책을 읽고 분단에 책임이 있고 우리의 역사에 나쁜 결과를 초래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고, 창녕을 김정일의 부인 성혜림의 고향이라고 소개하겠다는 응시생도 있었다. 가끔 진보성향의 전교조 교사들의 수업 내용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적이 있는데, 그 영향을 면접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면접을 진행하면서 내가 면접을 본다면 절대로 통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적으로 그렇게 호감이 가는 사람도 아니며, 특히 젊을 때 누구보다 반골 기질이 강했고 그리고 사상적으로도 반체제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면접에서 기억에 남는 또 한 사람은 자신을 부산대 물리학과 출신이라고 밝힌 좀 시니컬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금융공학에 관심이 있을 것 같아 주식시장의 전망을 물으니 주식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고, 또 벤치마킹이나 BPR에 대해 질문을 하자 다른 사람이 만든 이론에도 관심이 없다는 당돌한 답변을 했다.

 

결국 면접을 통해 엉뚱하고 기발한 사람은  뽑을 수는 없었다. 이들이 창조적 파괴를 하고 조직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돌파구를 열어 줄 수 도 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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