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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광장

신불평원 억새 밭

신불평원 억새 밭

 

 

10월 첫째 토요일, 날씨가 너무 좋았다. 올 들어 가을답지 않게 흐리고 시도때도 없이 여름 장마철처럼 비가 오더니 오늘은 말 그대로 청명한 가을날씨였다. 아침 6시 직원들과 모처럼 떠나는 신불산 가을 억새밭 산행, 어제 과하게 술을 마셨음에도 몸은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

 

경부고속도로 양산IC에서 내려 영남알프스를 넘었다. 영남알프스는 가지산(1,240m), 운문산(1,188m), 천황산(재약산:1,189m), 신불산(1,208m), 영취산(취서산:1,059m), 고헌산(1,032m), 간월산(1,083m) 7개 산군이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신불산 공원묘지를 지나 가파른 임도를 따라 올라가니 터널을 뚫고 길을 넓히는 등 공사가 한창이었다. 고개 바로 못 미쳐 에덴밸리 골프장 입구가 나타났고, 고개를 넘으니 골짜기 전체가 온통 공사판이었다. 골프장, 스키장, 콘도 등 종합 레저타운을 건설하고 있었다.

 

골짜기는 길고 깊었다. 배내골. 배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하도 첩첩산중이라 625 전쟁도 모르고 지냈다는 믿기 어려운 소문도 있다고 한다. 계곡을 따라 풍광 좋은 곳에 펜션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저 많은 펜션에 손님이 찰까 싶은데, 더 크고 더 아름답게 새로운 펜션을 곳곳에 짓고 있었다.

 

오늘 산행 출발 예정지, 청수우골에 도착하니 여기도 공사중이다. 길 안내하는 공사장 인부는 부근에 주차할 수 없으니 자연휴양림 주차장까지 올라가란다. 1를 올라가니 국립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이 나타났다. 국립공원은 입장료가 폐지되었는데, 이곳은 입장료 1,000원 주차비 3,000원을 받았다.

 

다시 1를 공사장을 지나 내려가서 등산할 마음이 내키지 않아 휴양림안쪽에 있는 등산로로 등산하기로 했다. 당초 영취산으로 올라 신불평전을 지나 신불재에서 하산하는 코스에서 신불재로 올라 간월재로 하산하는 코스로 변경했다.

 

입장료 부담 때문인지 등산객은 거의 없었다. 눈에 띄는 몇몇은 자연휴양림 탐방객들인 것 같았다. 출발 후 한 30분 가파른 등산길을 오르니 완만한 산길이 나타났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산길이 신불재 바로 밑까지 이어졌다. 산행이 아니라 산보하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자연을 느낀다는 기분으로 되도록 천천히 걸었다.

 

울창한 참나무 숲이 하늘을 가리고 있고, 등산길에는 여기저기 도토리가 떨어져 있었다. 입장료를 내야 하고, 깊은 골짜기다 보니 주우려 오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마음만 먹으면 1시간 안에 한 배낭은 싶게 주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마지막 가파른 억새밭을 지나 신불재에 도착했다.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30. 가뿐 숨을 내쉬며 둘려 보니 온통 억새밭이다. 영취산쪽을 바라보니 햇빛을 받은 은빛 억새꽃이 바람에 물결처럼 출령대고 신불산쪽을 바라보니 역광을 받아 약간 붉은빛이 감돌았다. 아직 이른 억새꽃이라 은빛 찬란함은 떨어졌지만, 맑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 푸른 잎사귀와 흰 꽃대가 함께 바람에 춤추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신불평원이 얼마나 넓은지 가늠할 수 없었다. 신불평원과 억새밭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산행코스와 반대, 영취산쪽으로 약 200미터 나아갔다. 멀리 영취산 아래까지 완만한 산록이 형성돼 있었다. 억새밭은 신불재 부근이 장관이었다. 영취산쪽으로는 잡목이 섞여 바람에 날리는 억새의 군무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신불산 정상에 오르니 영남알프스의 위용이 한 눈에 잡혔다. 간월산을 지나 천황산에 이르는 산세는 알프스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손색이 없어 보였다. 강원도 산악지역, 지리산 능선 못지 않는 산세가 느껴졌고, 골짝은 첩첩산중 같았다.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 간월재에는 등산객들이 타고 온 차량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등산객들이 헉헉거리며 계속 올라왔다. 제대로 등산복 차림을 한 등산객, 가벼운 옷차림의 젊은 연인, 어린이를 업고 손잡고 올라오는 젊은 부부 등등.

 

울주군에서 등산로를 정비하고, 쉼터를 넓게 만들어 울산시만들의 휴식공간으로 조성해놓았다. 큼직한 돌탑을 세우고, 그 앞에 천하명산 울주 7봉 안내 지도를 설치해 놓았다. 이를 두고 인근 자치단체, 밀양과 양산에서 왜 울주 7봉이냐고 항의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영남알프스는 울주에서 독차지하기에는 그 명성이나 산세가 빼어난 것 같다.

 

다시 나무 계단을 따라 간월산에 올랐다. 당초 계획에 없던 여분의 산행이다. 간월산(肝月山). 한자뜻은 다르지만 간()은 대나무를 뜻하는 간(竿)자처럼 느껴졌다. 대나무 장대로 달을 땄던 산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적 많이 불렸던 노래 '달 따려 가자'의 한 구절, '장대로 달을 다서 망태에 담자'라는 구절이 떠 올랐다.

 

시멘트 포장 임도를 따라 하산했다. 대부분 차를 이용해서 올라오는 터라 걸어서 올라오는 사람도 하산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산 중턱 쯤 오니 죽림굴이라는 안내 표지석이 나타났다. 1840년부터 28년 동안 천주교 박해를 피해 100여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서 신앙을 지켜온 천주교의 성지였다. 임도에서 약 20미터쯤 올라가니 넓은 동굴이 나타났다. 100명이 지내기에는 좁은 공간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휴양림 상단 집입로까지 내려와 진입로 반대편 100미터쯤에 있는 전망대길로 들어섰다.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속보로 전망대에 올랐다. 주변의 산봉우리와 산세를 감상하고 파래소폭포를 거쳐 출발지로 돌아왔다.

 

등산코스 : 신불산자연휴양림 - 청석골 - 신불재 - 신불산 - 간월재 - 간월산 - 간월재 - 죽림굴-               휴양림상단 삼거리 - 전망대 - 파래소폭포 - 신불산자연휴양림소요시간 :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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