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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광장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라고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천성이 낙천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희로애락에 따라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보통 아니겠는가. 기쁘고 즐거울 때는 자연스레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될 것이고, 분하고 슬플 때는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생각에 빠질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가 성공의 열쇠라고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 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긍정적 사고에 매몰 될 경우 변화에 소극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긍정은 창조적 파괴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 것 같다. 현상을 뒤집어 보는, 사회에 거꾸로 맞서는 부정의 심리가 사회 변혁을 앞당기고 개혁에 불을 당기지 않을까.

 

젊었을 때 많이 듣던 말 중에 하나가 '문제의식을 가져라'. 요즘은 듣기 힘들고 나 자신도 입 밖에 낸 적이 거의 없다. 그 말의 부정적 늬양스 때문인지 '창조정신을 가져라'는 긍정적 표현으로 바뀐 것 같다. 긍정의 힘을 강조하는 시대적 조류에 알맞는 표현의 변화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이 말을 들으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해진다. 과연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창조적 열정을 살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모 재벌 총수는 자신을 키운 팔 할은 고독이었다고 했다. 고독속에서 자신을 단련하고 꿈을 키워온 것이다. 고독이 삶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이렇듯 때론 부정의 힘이 긍정의 힘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단순한 부정적 사고는 불만이나 불평으로 끝나고 창조적 결과물을 얻지 못한다. 부정을 통한 긍정이 변화의 시대에 앞서 나갈 수 있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최근 부정할 수도 그렇다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에 빠졌었다. 전국농협노조에서 해서도 안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와 주장을 해 왔다. 상대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는 노조의 생리 때문에 정면 대응하기도 어려웠다.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느냐는 질책과 잘 못하면 문제만 더 키운다는 실무자들의 의견 사이에서 참으로 난감백배였다.

 

그러던 3월 초, 회원직원들 승진고시 시험을 치던 날에도 이들은 프랭카드를 걸고, 서명대를 설치했다. 집회신고도 안한 터라 학교 서무과에 철수를 요청하고 경찰에 협조를 구했지만 1인시위는 제재할 수단도 없고 서명행위도 중단시킬 뽀족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소수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법 취지이겠지만, 요즘처럼 시위가 일상화된 시대를 맞아 소수를 빙자한 집단의 횡포가 아닌가 싶다.

 

혹시 수험생들이 방해를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서명행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방법 외 별 대책이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답답하게 시간만 흐르기를 바라면서 고시감독관실에 있던 중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고 쓰여진 급훈을 보고 어쩌면 지금의 내 심정과 딱 맞아 떨어지는 말일까 하고 놀랐다.

 

긍정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대책없이 부정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이 상황을 즐기는 것이다라는 생각에 미치니 마음이 편해졌다. 긍정의 힘도 아니고, 부정의 파괴도 아니라 그냥 즐기는 것도 때로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때가 이르지 않았음에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음에도 무리하게 일을 벌이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때가 많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살다 보면 많이 봉착하게 되는 생활의 지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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