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지부장은 CEO가 아니라 봉사자
회원농협과 중앙회간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시군지부장과 전무의 역할이 크다. 시군지부장의 경우 조합과 중앙회간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으며, 전무는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과 직원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군지부장이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같지는 않으며, 전무 또한 그렇지 못한 조합이 많은 것 같다.
일부에서는 권한은 없고 책임만 많아 제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만, 시군지부장이나 전무가 지난날의 권위의식을 버리지 못한 것도 그 이유인 것 같다. 마음을 열어 놓고 충분히 얘기를 들어주면 막힌 언로도 뚫리고 오해도 풀릴 터인데.
회원농협의 참여를 확대할 경우 불만은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특히 이제는 일방적인 지시식 업무방법 (중앙회적 업무방법) 보다는 참여하여 결정한 업무방법(연합회적 업무방법)이 당장은 능률이 떨어질지 모르나 결국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얼마전부터 군지부에서 회원조합 감사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도 군지부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입안되었다면 그 결과는 의문스럽다. 차라리 회원농협직원을 군지부에 파견근무시켜 감사하도록 하는 방법도 좋다고 본다. 어짜피 감사 능력도 떨어지며 지역 실정도 잘 모르는 중앙회 직원이 감사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감사에 대한 반감도 생길 수 있다. 조합직원이 군지부에 파견 근무함으로써 서로 유대를 강화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중앙본부의 경우 회원조합과 직접 관련되는 사업, 특히 상호금융업무는 중앙회와 별도로 회원조합 직원 출신으로 구성된 연합회 성격의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업무개발시 수시로 협의하여 조합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고, 지금과 같이 쓸데없는 오해를 사지 않고 자유롭게 상호금융 발전 방향을 연구할 수 있다.
또 의사 결정을 조합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예를들면 조합구조개선 대상조합을 보면 합병, 지소 폐쇄, 직원 감축 등 개선방법이 조합별로 이미 결정되어 있는데, 그러다 보니 조합에서는 조합원을 설득하기 보다 중앙회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심하게 반발한다. 그리고 결국은 조합과 조합원들의 중앙회에 대한 반감만 키우고 당초 계획에서 후퇴하고 만다.
은행권에 대해 BIS지표를 부여 하듯이 구조개선대상조합에 대해 개선지표를 부여하고 그에 맞도록 스스로 개선계획을 세우도록 하면 어떨까. 이렇게 할 경우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불만은 훨씬 줄어들 것이며 자율적으로 계획을 세운 만큼 추진도 효과적일 것이다. 비단 구조개선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회원농협의 참여와 자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었으면 한다. 군지부장이 경영에 너무 신경 쓰다보면 회원농협과 갈등만 양산시킬 수 있다. 그보다 지역내 농협의 역할을 제고시키는 봉사자로서, 또한 농협과의 갈등을 잘 수습하는 조정자로서 임무가 첫째라고 생각한다.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해야 할 것이며, 경영제일주의 평가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에 비해 지점장은 철저하게 CEO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지점장에 대한 처우는 시군지부장에 비해 낮으며 타 은행에 비해 낮은데, 지점장이 되는 것이 직원들의 꿈이 될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하고 책임과 함께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리하여 봉사자로서 능력을 가진 자는 군지부장으로, 경영자로서 능력을 지닌 자는 자부심을 갖고 지점장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