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파랑길

(41)
남파랑길9. 학동 돌담마을과 상족암 공룡 발자국 오후 3시쯤 학동마을에 도착했다. 운치 있는 돌담 너머 소담스럽게 핀 백목련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깨끗하고 조용한 돌담길을 지나 오늘 하룻밤을 묵기로 한 최영덕 씨 고가으로 갔다. 대문이 잠겨 있어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더니 안주인이 골목 저쪽에서 바쁜 걸음으로 다가와 인사를 했다. 숙박 손님이 나 혼자뿐이라 좋은 방으로 업그레이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집 구경도 하라고 했다. 내가 잘 방은 사랑채에서 가장 좋은 방, 사랑방이었다. 방은 넓지는 않았지만 널찍한 대청마루가 있고 샛문을 열면 동상東床이 있는 전형적인 지체 높은 옛 선비의 생활공간이었다. 넓적 돌에 황토를 발라 쌓은 정원 담장은 운치가 있었다. 고즈넉한 운치에 절묘하게 어울리는 오래된 동백나무에서 이 집의 역사와 품격이 전해져 왔다. ..
남파랑길8. 봄이 오는 고성의 산야 새벽 고성시장은 너무 이른 탓인지 썰렁했다. 청소차 소리만 요란할 뿐 문을 연 가게는 거의 없었다. 혹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있을까 두리번거리다 불이 켜진 떡집 두 곳을 발견했다. 콩고물 찰떡과 팥고물 찰떡 한 팩씩 샀다. 고성시장을 빠져나오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방앗간도 보였다. 고성 사람들은 유달리 떡을 좋아하나? 마침 쉼터가 있는 교회가 있어 들어갔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고성교회였다. 마당에는 100주년 기념석이 세워져 있었고, 쉼터는 깨끗했다. 교회 뜰에 들어오니 마음도 느긋해지고 편안해지는 듯했다. 나무의자에 앉아 콩고물 찰떡을 천천히 음미하며 오늘 걸을 길을 그려보았다. 수남회전교차로에서 남파랑길 리본을 만났고, 곧이어 대독누리길로 들어섰다. 대독누리길은..
남파랑길7. 소가야 왕국의 터, 고성 3월 24일 아침 7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을까, 두리번거리며 걷는데 배둔시장 앞에 난전이 펼쳐져 있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야채를 다듬고, 해산물을 손질하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들이 쪼그리고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은 영락없이 시골장터 분위기였다. 오늘 장날인가 봐요, 가볍게 인사겸 말을 건넸더니, 4일과 9일에 장이 선다고 했다. 게 쭈꾸미 해삼 생멸치 피조개 생미역... 그리고 봄쑥 풋마늘 상추 취나물 시금치... 한 무더기에 천 원에 사가라고 했는데 겸연쩍게 웃음으로 답했다. 그러고는 옆 리어카 과일 파는 아주머니에게서 참외 3개를 4,000원 주고 샀다. 아주머니는 올해는 무슨 영문인지 꿀벌들이 많이 사라져, 참외 수정이 잘 안돼 비싸다고 했다. 들판 가운데 논길을..
남파랑길5. 메가시티 창원 특례시 속 마산 창원 중심가인 상남동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24시 영업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고 택시를 타고 진해 편백치유의 숲으로 되돌아갔다. 상남동은 음식점, 술집, 호텔이 총 집결해 있는 창원의 원스톱 유흥 상업지구다. 오랜만에 창원에 내려온 김에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 회포도 풀었다. 한 사람은 창원관내 현직 조합장으로 내가 창원에 근무할 당시 얼떨결에 혈주를 마시고 의형제가 되어 지금도 연락을 하며 지내는 사이이며, 또 한 사람은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로 수많은 일탈적 추억을 공유하는 사이다. 놀랍게도 고등학교 친구는 고3 때 보충수업 들어가지 않고 며칠 놀다 온 내 고향동네에 최근 다녀왔다고 했다. 그 당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수차례 빰을 맞고 호되게 혼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참으로 오랫동안 우정을 나..
남파랑길4. 봄이 빨리 오는 해안도시 진해 입춘이 지난 지 열이틀이나 되는데, 날씨는 한 겨울이었다. 전국에 한파주의보, 강풍주의보가 내린 곳이 많았고, 남쪽 바닷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장갑을 끼고 머프로 머리를 감싸고 목을 둘렸는데도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형 트럭이 무섭게 달리는 녹산산업대로를 지나 진해 용원동으로 들어섰다. 도시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계획도시 부산 명지와 녹산 쪽과는 달리 진해 용원은 다소 어수선했지만 정감이 느껴졌다. 날씨와는 달리 봄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해산물이 길가 좌판 위 붉은 다라이에 담겨 있었다. 멍게 소라 털게 새조개 쭈꾸미 도다리... 여기서 잡은 것이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가덕도 인근 바다에서 잡은 것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다른 해보다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새조개가 빨리 나고, 씨..
남파랑길 트레킹 회차별, 일자별 여정 *주 : 비스듬 지명은 남파랑길에서 벗어난 곳임 1회차 : 2022.1.17 - 1.20 (3박 4일, 90.2km, 남파랑길1, 2, 3, 4 일부) * 서울역 KTX 출발, 부산역 도착, 27번 버스 탑승 이기대 일몰(17:00) (석식, 박) 19.2km + α 이기대 일출(07:00) - 신선대 - 청호집선짓국(조식) - UN 평화공원 - 조선통신사역사관 - 부산진시장(중식) - 부산진교회 - 민주공원 - 부산역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1. 이기대와 망양로에서 본 부산 * 중앙동에서 석식, 박 29.4km - α 중앙동(07:30) - 영도대교 - 봉래산정상 - 중리 해변 - 흰여울 문화마을 - 깡깡이 예술마을 - 남포역 - 용두산 공원 - 보수동 헌책방 골목,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 - 송도 해상케이..
남파랑길3. 생태도시, 낙동강 하구 부산 비석마을에서 가파른 계단길을 따라 토성역까지 내려왔다.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다대포항역으로 이동해서 다시 남파랑길과 만났다. 감천사거리에서 다대포항역까지 남파랑길은 스킵한 셈이었지만 대신 감천문화마을과 비석마을을 본 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대포항 어판장은 생선 하역과 포장작업으로 바빴고, 어시장은 손님 맞을 채비로 정중동 분주해 보였다. 구경삼아 들렸는데도 말을 걸어왔고, 살 생각도 없으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게 겸연쩍어 빠져나왔다. 작은 포구를 돌아나가자 대대포 해변공원이었고, 숲길을 조금 더 들어가니 몰운대유원지였다. 안내도를 보니 낙동정맥이 끝나는 곳이었다. 백두산의 정기가 태백산에서 갈라져 나와 동해안을 따라 굽이굽이 흘려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에서 용솟..
남파랑길2. 아름다운 부산의 뷰 포인트 영도 봉래산 부산의 아침은 상쾌했다. 최근 자주 흐릿한 아침 하늘을 봐오다가 맑은 하늘을 보고, 청량한 바람을 쐬니 기분도 좋아졌다. 부산이 남쪽 바닷가라 기온도 높고 공기 소통도 잘되기 때문인 듯싶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부두에서 일출을 볼 수 있으련가 기대했는데, 멀리 부산항 너머로 산이 가로막고 있었다. 부산대교를 건너 영도로 갔다. 다리 위에서 보는 영도의 모습은 어수선해 보였다. 영도 쪽 부두에는 소형 배들이 빼곡하게 정박해 있었고, 조선소 도크엔 어딘지 모르게 을씨년스러움이 느껴졌고, 지붕이 깨진 채로 방치돼 있는 창고도 보였다. 새로 지은 고층 아파트 단지를 돌아 가파른 비탈길로 들어섰다. 길은 한 사람 겨우 비켜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좁았고, 군데군데 빈집도 눈에 띄었다. 조금 아래 새 아파트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