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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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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16. 국가지정 생태 관광지, 남해 앵강만 상주 은모래해수욕장에서 좀 늦은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헤어졌다. 2박 3일을 친구들과 같이 여행하다가 나 홀로 트레커로 돌아왔다. 목적지는 남파랑길 41코스 종점 원천항으로 잡았다. 거리는 약 15km, 오후 6시 지나서야 도착할 것 같았다. 풍경이 확 바뀌었다. 아침 일찍부터 골짝길을 걷고 산길을 걸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관리된 도로를 걸었었는데, 해안가 숲 속 좁은 오솔길로 들어섰다. 언뜻언뜻 바다가 보였고 세찬 파도소리도 들려왔다. 잡목이 점령한 초소도 보였고, 폐허가 된 건물도 보였다. 오래전 해안경비대가 있다가 철수한 지역 같았다. 걷고 있는 길은 그 당시 초병들이 다녔던 길 같았다. 그런데 너무 한적했다. 오가는 사람도 없었고 마을도 멀찍멀찍 떨어져 있었다. 망망 푸른 바다가 나타났다. 남파..
남파랑길15. 물건리 방조어부림에서 상주 해수욕장 가는 길 남해에서 둘째 날 오후, 햇살은 강렬했지만 바람은 시원했다. 죽방렴을 곁눈질하며 넓은 갯벌을 지나고,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 방천 뚝을 따라 이어진 들길로 들어섰다. 지족해협과 창선도는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남해 본섬 트레킹 길에 본격적으로 올라섰다. 5월의 농촌은 의외로 한가로웠다. 마늘 수확을 하는 농부의 모습도 보였지만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아직 본격적인 농사철이 아니라서 그런가? 하지만 물을 가득 가둔 논에서는 모내기 농번기를 앞둔 정중동의 농촌 분위기가 느껴졌다. 길가에 오디가 다닥다닥 오지게 달린 야생 뽕나무가 눈에 띄었다. 까맣게 익은 오디를 따서 친구들에게 주었더니, 그 단맛에 놀라워했다. 아직 덜 여문 붉은색 오디는 시큼한 맛이 났다. 어릴 적 참 많이도 따먹던 오디다. 갑자기 추억 ..
남파랑길14. 남해의 이색 풍경, 고사리밭과 죽방렴 새벽 5시 30분쯤 길을 나섰다. 이른 새벽임에도 날은 훤했다. 지도 앱에는 남파랑길이 삼천포대교 서쪽 인도로 안내하고 있었으나, 동쪽 인도를 따라 걸었다.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삼천포대교에는 간간히 소형 트럭만이 지나가고 적막했다. 초양대교를 지나고 늑도대교를 지날 무렵 붉은 아침해가 바다에 길게 그림자를 비추기 시작했다. 삼천포와 남해를 잇는 다리는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4개였다. 창선대교를 건너자마자 창선치안센터 앞에서 건널목을 건너 본격적으로 남파랑길 남해구간 트레킹 길에 들어섰다. 숲길을 지나자 한적한 어촌이 나타났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을 받은 마을은 안온했고 잔잔한 바다는 평화로웠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나무가 있어 가보니 왕후박나무였다. 후..
남파랑길13. 아름다운 낙조, 삼천포 실안 바다 12시에 삼천포터미널에 도착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아침 8시 첫차를 탔음에도 반나절이 지난 시간이었다. 택시를 타고 다시 고성 하이면사무소 앞 사거리, 남파랑길34코스 시작점으로 갔다. 마침 문을 연 식당이 있어 들어갔다. 식당에는 제법 손님들이 많았고, 나는 구석 자리에 앉아 백반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3월에 남파랑길 고성구간을 걷고 4월에 통영구간 남파랑길을 돈 후, 다시 고성에서 삼천포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순로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출발점에서 500m쯤 걸어 다리 하나를 건너니 바로 삼천포였다. 타고 온 택시기사에게 들으니 삼천포 인구는 4만 명이 안된다고 했다. 한 때 삼천포는 한려수도의 중심 기항지였으며, 서부경남의 관문 항구로서 교통의 요지였다. 많은 지방 소도시가 그렇듯 삼천포는 ..
남파랑길12. 통영의 바다 그리고 옛 길 통영에서의 사흘째, 통영을 벗어나 고성으로 넘어가는 남파랑길 29코스에 들어섰다. 안정에서 시작하여 죽림 신시가지를 거쳐 견내량에서 1박을 하고, 그리고 또 꼬박 1박 2일을 통영시내에서 보낸 셈이다. 남파랑길 코스에는 빠져있지만 통영을 이해하고 즐기는데 빠져서는 안 되는 한산도와 미륵산 정상에도 다녀왔다. 충무교 교각에는 전혁림의 통영항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짙은 코발트블루톤의 그림은 판데목 빠른 물살과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동양 최초로 건설된 해저터널이 충무교 바다 밑에 있었다. 이 지역은 좁고 얕은 바다였었다. 임진왜란 때 패해 도주하던 일본 수군이 해로가 있는 줄 알고 왔다가 배가 나갈 수 없게 되자 얕은 바다를 파서 도망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수도 없이 죽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여기서 ..
남파랑길11. 아름다운 통제영의 고을, 통영 통영은 가고 싶은 도시다. 통영은 스토리가 많은 도시다. 그리고 나에게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20대 중반 첫 사회생활을 한 곳이며, 신혼살림을 차린 곳도 통영이다. 나에게 통영은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이번 여행에 동행한 친구에게도 통영은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 신혼여행을 다녀온 곳이라고 했다. 지난해 아내와 함께 남해안 여행 시에도 통영에 1박 2일 머문 적이 있었다. 그동안 통영은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통영 다움을 잃지 않고 있었다. 통영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으며, 오랜 역사와 독특한 문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이다. 통영은 통제영이 있는 고을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지명이다. 통영 사람들은 통영을 '토영'이라 부른다. 그리고 지명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
남파랑길10. 충무공을 만나려 가는 길 고성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안정 황리 사거리로 갔다. 통영방향으로 가는 남파랑길 14코스를 다시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고성관내 남파랑길 13코스에서 31, 32, 33코스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우선 음식점 거리 통뼈감자탕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좀 이른 시간임에도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소주를 곁들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안정은 공단지구로 큰 조선소가 들어서 있었다. 지난번 트레킹 때 조용한 고성 거류 해안가를 돌고 얕은 해안가 고개를 넘어 통영 안정으로 들어서자마자 지축을 울릴 듯한 해머 소리에 놀란 적이 있었다. 충무공을 만나려 가는 첫 관문에서 조선소를 만난 셈이었다. 이번 트레킹에는 친구가 동행했다. 2년 전 해파랑길 트레킹 3박 4일을 함께했던, 여러모로 죽이 잘 맞는 친구..
남파랑길6. 미더덕 향기 진한 진동항 오후 4시가 지나 진동 광암항에 도착했다. 작은 모래밭 해수욕장이 있었고, 몇 척 어선이 떠있는 항구는 한가로웠다. 오랜만에 바다를 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진해에서 창원을 거쳐 마산을 지나는 동안, 포장도로나 산길을 주로 걸었지 바다다운 바닷길은 거의 걷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해이어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다... 방어·꽁치 등 어류 53종과 갑각류 8종, 패류 10여 종이 소개되어 있고...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안내판이 보였다. 조선 순조 때 신유사옥에 연루되어 이곳으로 귀양 온 김려가 지은 책으로 정약전의 자산어보보다 이른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라고 했다. 이상하고 기괴하며 놀랄 만한 물고기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보고 채록하였다고도 했다. 진동 바다는 물고기가 살기 좋은 풍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