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41) 썸네일형 리스트형 남파랑길24. 고흥길에서 만난 사람들 어느새 고흥땅에 들어섰다. 풍경은 확 바뀌었다. 여전히 왼편 바닷가로는 갯벌이 이어졌지만, 오른편으로는 넓은 들이 보였고 꽤 큰 호수도 만났다. 방조제를 지나자 작은 포구가 나타났고, 수문식당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망설임도 없이 들어갔다. 손님은 계속 들어와 빈자리를 채웠다. 알고 보니 TV 백반기행에서도 나온 적이 있는 유명 맛집이었다. 막걸리 한 병에 낙지탕탕이 비빔밥을 시켜, 막걸리는 반 병만 마시고 비빔밥은 맛있게 다 비웠다. 그리고 자판기에서 믹스커피를 뽑아 천천히 음미하고 길을 나섰다. 눈앞에 배낭을 메고 걷는 두 사람이 보였다. 빠른 걸음으로 따라붙어 얘기를 나눠보니 나처럼 남파랑길을 걷는 보도 여행자로 친구지간이었다. 남파랑길에서도, 해파랑길에서도 친구와 함께 걸은 적은 있지만 낯선.. 남파랑길23. 갯벌 따라 순천만에서 벌교만까지 오전 10시쯤 순천역에 도착했다. 순천역에는 벌써 3번째다. 광양구간과 여수 구간 트레킹 때는 귀가 역이었고, 이번에는 시작 역이 되었다. 역전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택시를 타고 남파랑길 62코스 시작점인 화포로 갔다. 내 또래인 택시기사는 얘기하기를 좋아하는 분이었다. 이것저것 나에게 물어봤고, 동료기사 얘기며, 아들 얘기며, 군대 얘기까지 쉴 새 없이 얘기했다. 틈새를 잡아 여행 정보를 얻을 겸 말을 걸어보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화포는 조용하고 아담한 바닷가 마을이었다. 썰물 때인지 마을 앞 갯벌은 물기로 뻔득거리며 점점 멀어져 가는 듯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람의 그림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이곳의 갯벌은 여자만 갯벌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너른 갯벌에 촘촘하게 대나무 막대가 꽂혀 있었다.. 남파랑길22. 순천만의 초가을 풍경 순천만 와온 마을에 도착했다. 시간은 오후 3시쯤이었다. 지난 8월 순천왜성에서 순천역까지 택시를 타고 가면서 택시기사에게 순천에서 추천하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와온마을 일몰과 칠면초를 꼭 보라'는 말을 듣고 마음에 새기고 있던 곳이었다. 마침 시간도 여유, 적절하게 도착했다. 나즈막한 산아래 마을이 형성돼 있었고, 앞으로는 너른 갯벌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마을 유래비를 보니, 뒷산이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 하여 '누울 와臥'와 '따뜻할 온溫'자로 와온臥溫이라 이름 지었다고 했다. 일단 숙소를 먼저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마침 마트가 있어 들어가 아이스크림 1개와 캔맥주 1캔을 사고 여사장에게 잠잘 숙소를 소개해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어딘가 전화를 걸더니 일몰한옥 민박집을 소개해줬다... 남파랑길21. 여수 가막만 그리고 여자만 소호동의 아침 바다는 고요했다. 바다는 항아리처럼 움푹 들어와 있었고 맞은편 얕은 산 아래 선소 유적지가 있었다. 바깥 바다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숨은 자리에 돌아앉아 있었다. 이곳에서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때 거북선을 건조하고 수리한 굴강, 무기를 만든 대장간, 배를 정박한 곳으로 추정되는 계선주 등의 유적이 보존되어 있었다. 아침 기온은 좀 쌀쌀하기까지 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어제보다 낮 최고기온이 8도나 떨어진다고 했다. 한 여름보다 더 더웠던 어제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하늘엔 구름이 많이 끼었고, 그 구름 사이로 옅은 아침노을이 스며들고 있었다. 소호항을 지나자 나무데크길이 나타났다. 그 나무데크길에서 바라보는 아침 바다는 섬들로 둘려 쌓인 큰 호수 같았다. 잔잔한 바다, .. 남파랑길 20. 낭만 도시, 여수 여수 종합버스터미널에 10시 30분쯤 도착했다. 9월 중순 날씨치고는 너무 더웠다. 일기예보는 한반도를 비껴 일본 열도를 따라 올라간 태풍이 더운 열기를 몰고 올라온 탓이라고 했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간 덕분인지 하늘은 맑고 푸른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었다. 길 건너편에 '내가 조선의 국밥이다' 상당히 자극적인 문구를 내건 식당이 보였다. 아직 점심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었지만 육교를 건너 국밥집에 들어갔다. 식당에는 식사 중인 사람들이 있었고, 내 뒤로도 몇 분이 더 들어왔다. 든든히 배를 채운 후,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섰다. 남파랑길 안내 리본을 만나 완만한 오름길 차도를 따라 걷고, 아파트 단지를 지나니 여수엑스포역이 나타났다. 드디어 여수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맞은편으로 엑스포 건물들이 쭉 늘어서.. 남파랑길19. 광양숲에서 순천왜성 가는 길 광양에서 둘째 날 아침 6시, 여명의 아침이었고 짧은 옷을 입기에는 좀 쌀쌀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벌써 계절의 변화가 느껴졌다. 하기야 입추를 지난 지 벌써 일주일은 지났으니. 남파랑길은 8차선 차로를 따라 자전거길과 함께 조성된 인도를 따라 이어졌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거리에 사람은 드물었지만, 차들은 무서운 속도로 굉음을 뿜으며 달리고 있었다. 멀리 이순신 대교가 마치 하늘에 걸려있는 듯 보였고, 해안에는 대형 크레인이 거인처럼 서있었다. 산업도시 광양의 스카이라인은 마치 거인국의 서커스 무대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끄러운 도로를 한참을 가다가 임도로 꺾어 들었다. 숲으로 우거진 도로로 들어서자 비로소 복잡한 도심을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임도 초입은 가팔랐지만 이내 순해졌다. 광양 시내가 .. 남파랑길18. 섬진강 제방길 따라 동광양까지 하동 송림 앞 재첩국밥 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송림 앞 로터리를 지나 섬진교 북쪽 인도로 걸었다. 어제 보지 못한 섬진교 북쪽 섬진강 풍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하동읍 건너편으로 매실마을로 유명한 광양 다압마을이 보였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재첩잡이 배는 정박되어 있었다. 섬진강은 온통 청색 물감을 부어놓은 듯 파랬다. 하동과 광양의 경계이자 전남과 경남의 경계인 섬진강은 무심히 흐르고 있었다. '젊은 교육도시 광양, 아이 양육하기 좋은 광양' 캐치프레이즈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방 도시가 겪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충이 엿보였다. 어제와 달리 섬진강을 따라 하구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2차선 포장 도롯가에 만들어진 나무데크길을 얼마쯤 걸으니 제방길이 나타났다. 보행자길은 제.. 남파랑길17. 선경같은 섬진강 고을, 하동 어스름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무렵 하동 노량에 도착했다.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숙소를 찾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분명 지도앱에서 본 위치 같은데, 비 오고 어둠 내린 탓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바닷가 건물 3층에 여관 간판이 보여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았다. 빗줄기는 더욱 굳세 졌다. 이러다 숙소를 잡지 못하면 어쩌나, 마음도 초조해져 갔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불이 켜진 식당에 들어갔더니 그곳이 바로 여관을 같이 하고 있는 식당이었다. 6, 7월은 키르기스스탄 텐산 여행을 다녀오느라 건너뛰고 8월부터 다시 시작하는 남파랑길 트레킹, 그 첫 번째 코스가 하동구간이었다. 거리는 27.7km. 금남면 노량에서 시작해서 하동읍에서 끝난다. 하루를 꼬박 걸어야 하는 거리이기에 ..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