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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걸으면서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상상하고, 표현하자. 2년 전 해파랑길을 걷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꼈다. 그래서 그 느낌을 글로 표현하게 되었고, 욕심내서 책으로 내기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쓰고 책으로 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걸으니, 세상이 새롭고 달라 보였다. 또 다른 차원의 세상이 열리는 것 같았다. 그냥 걸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을 풍경, 나무, 돌덩어리도 나에게 얘기를 하는 것 같아, 더 유심히 보게 되고 애정을 갖고 상상하게 되었다. 남파랑길은 아예 처음부터 그 과정과 느낌을 글로 표현하고 책으로 내겠다는 생각으로 걸었다. 남파랑길 1,470km, 부산 이기대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2022년 1월부터 남파랑길 트레킹을 시작했고, 연말까..
남파랑길33. 친구들과 해남 땅끝에 서다 드디어 남파랑길 트레킹 마지막, 남은 구간은 89, 90 두 구간. 아침 일찍 기사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택시를 타고 해남 남창으로 넘어가 트레킹을 시작했다. 사흘 전 이 구간을 걸어 건너기도 했었고,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거리를 단축하고 싶어 택시를 탔다. 그래도 걷을 거리는 24km가 넘었다. 가끔 만나 식사도 하고 여행도 다니는 사이지만, 트레킹을 같이 하기는 처음이었다. 하얀 억새가 늦가을 바람에 춤추고, 싱싱한 보리가 뿜어내는 푸르름이 돋보이는 들길을 걸으니 마치 추억 속 고향으로 함께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오래전에 고향을 떠나 헤어졌고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왔지만, 만나니 옛 추억에 잠기고 그저 반가웠다. 멀리 달마산이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경치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기..
남파랑길32. 풍요로운 섬, 완도 완도 원동 버스터미널 부근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본격적인 완도 트레킹에 나섰다. 전날 다소 이른 시간에 트레킹을 종료했기에 충분히 휴식도 취했다. 아침식사는 기사식당에서 백반으로 해결했다. 바다에는 짙은 아침 해무가 끼었고, 하늘도 두터운 구름이 덮고 있었다. 바다 건너 해남땅은 형체만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흐릿했다. 멀리 보이는 섬들은 꿈틀꿈틀 귀여운 애벌레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뿌연 찜통 속 몽실몽실 찐빵처럼 보이기도 했다. 바닷물은 물려나 뻘밭이 넓게 형성돼 있었고, 방조제위에는 아침 고요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풍경에서는 외롭고 쓸쓸함보다는 포근함이 느껴졌다. 방조제 위 풀들이 도드라지게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아침이라 그런가 싶어 살펴보니 다른 지역 풀에 비해 유난히 붉은빛이 더했다. 갯벌 붉은..
남파랑길31. 최고의 뷰, 남파랑길85 푸소FUSO(Feeling-up Stress-off)는 농어가에서 머물면서 농어촌의 따뜻한 정서와 땀방울의 가치를 배우는 감성 여행이자 체류형 프로그램입니다. 2015년 5월에 시작된 강진푸소는 학생 위주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지만, 참여자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단계적으로 일반인 대상의 프로그램도 개발·확대하여 강진의 대표 여행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시골 할머니 집 같은 정겨운 강진푸소(FO-SO)체험으로 삶의 여유와 따뜻한 정을 담아 가시기 바랍니다. -강진군청 아침밥은 삶은 누룽지 죽에 김치, 젓갈이 간편하게 차려져 나왔다. 평소 아침식사를 간편하게 하는 내 식성에도 맞는 편이었다. 벽에 '푸소체험의 집'이라는 생소한 엠블렘이 붙어 있어 물었더니, 푸소 안내용 책을 보여주며 강진군에서 ..
남파랑길30. 백련사와 다산초당 여행길 강진만 바다와 갯벌은 아침 햇살을 받아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쌀쌀하고 바람이 불고 안개비가 내렸던 어제에 비해 날씨는 좋을 듯했다. 바닷가 제방길을 걷다가 산자락과 들판사이로 난 마을길로 접어들었다. 빈 들판 연녹색 벼 그루터기는 햇볕을 받아 선명해져 마치 연녹의 카펫을 들판에 온통 깔아 놓은 듯했다. 자비로운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걷는 백련사 그리고 다산초당 여행길은 설레는 마음으로 벅차 올랐다. 아침 일찍부터 밭에 나온 부지런한 농부를 만났고, 황갈색으로 물든 신갈나무 야산에 다정하게 자리 잡은 쌍봉 무덤도 지났다. 남파랑길은 유배길 2코스, '사색과 명상의 다산 오솔길'과 겹쳤다. 만덕산 백련사 일주문을 지나 절 경내로 들어섰다. 사천왕문을 지나자 얕은 돌계단 너머 숲 속으로 절길이 이어졌다. 대웅..
남파랑길29. 강진 고려청자 도요지 가다 멀리 주황색 아치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강진에서 고금도로 넘어가는 고금대교였다. 소설비에 흠뻑 젖었던 장흥땅을 벗어나 강진땅에 들어섰다. 강진땅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련가, 설렘이 일었다. 오후 2시쯤 마량항에 도착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숙소를 정한 뒤 빈 몸으로 남파랑길 탐방에 나섰다. 마량항은 남해안 해상 교통의 요충지였다. 먼 옛날 통일신라 때 장보고가 활약하던 시절 청해진과 더불어 일본과 중국을 연결하는 거점이었으며, 고려말 이래로 영호남의 세곡을 실은 조운선이 통과하던 관문이었다. 모래톱 같은 좁은 곶을 돌아서자 아름다운 바다풍경이 펼쳐졌다. 작은 바위섬 주변에 주황색 돔이 떠 있었다. 어촌 체험마을에서 운영하는 해상펜션이었다. 어촌 마을에서는 낚시 체험, 바지락 캐기 체험,..
남파랑길28. 열애처럼 소설비가 내린 장흥 국도 18번 도로, 남부관광로 낮은 고갯길에서 보성과 작별을 고하고 장흥땅에 들어섰다. 그리고 좁은 마을길을 벗어나자 수문해수욕장이 나왔고, 곧이어 장흥 키조개 거리가 나타났다. 대체로 차분하게 느껴졌던 보성과는 달리 장흥땅에서는 갯마을의 역동성이 진하게 느껴졌다. 커다란 키조개 조형물이 서있었고, 곳곳에 키조개 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장흥산 키조개는 조개껍질 빛깔이 황금색을 띠고, 아연 마그네슘 단백질 아미노산 등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여 우윳빛으로 우려낸 국물은 정력에도 탁월하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수문항을 지나고 정남진종려거리 조성탑을 지나자 아담한 해수욕장이 나타났고, 해수욕장 소나무 숲길에 '시가 있는 여닫이 바닷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한승원이 이곳 율산마을에 정착..
남파랑길27. 그립고 아름다운 보성 2022년 11월, 한 해가 거의 저물어 가는 초겨울에 들어섰다. 또다시 한 해가 지나간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지난 1월부터 시작한 남파랑길 트레킹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나온 과정을 되돌아보면 힘든 때도 있었지만 그것도 추억으로 남았고, 즐겁고 아름다웠던 기억들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키르기스스탄 텐산산맥 트레킹 여행을 다녀온, 한창 더운 6, 7월을 빼고는 추우나 더우나 매달 빠짐없이 남파랑길을 걸었다. 남은 지역은 보성, 장흥, 완도, 해남 구간. 지금까지 걸어온 방식대로 걷는다면 내년 1월에 가서야 트레킹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칫하면 내년 초, 가족이 있는 독일 방문으로 인해 완주가 봄 이후로 늦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좀 무리가 되더라도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