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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12. 통영의 바다 그리고 옛 길 통영에서의 사흘째, 통영을 벗어나 고성으로 넘어가는 남파랑길 29코스에 들어섰다. 안정에서 시작하여 죽림 신시가지를 거쳐 견내량에서 1박을 하고, 그리고 또 꼬박 1박 2일을 통영시내에서 보낸 셈이다. 남파랑길 코스에는 빠져있지만 통영을 이해하고 즐기는데 빠져서는 안 되는 한산도와 미륵산 정상에도 다녀왔다. 충무교 교각에는 전혁림의 통영항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짙은 코발트블루톤의 그림은 판데목 빠른 물살과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동양 최초로 건설된 해저터널이 충무교 바다 밑에 있었다. 이 지역은 좁고 얕은 바다였었다. 임진왜란 때 패해 도주하던 일본 수군이 해로가 있는 줄 알고 왔다가 배가 나갈 수 없게 되자 얕은 바다를 파서 도망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수도 없이 죽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여기서 ..
남파랑길11. 아름다운 통제영의 고을, 통영 통영은 가고 싶은 도시다. 통영은 스토리가 많은 도시다. 그리고 나에게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20대 중반 첫 사회생활을 한 곳이며, 신혼살림을 차린 곳도 통영이다. 나에게 통영은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이번 여행에 동행한 친구에게도 통영은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 신혼여행을 다녀온 곳이라고 했다. 지난해 아내와 함께 남해안 여행 시에도 통영에 1박 2일 머문 적이 있었다. 그동안 통영은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통영 다움을 잃지 않고 있었다. 통영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으며, 오랜 역사와 독특한 문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이다. 통영은 통제영이 있는 고을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지명이다. 통영 사람들은 통영을 '토영'이라 부른다. 그리고 지명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
남파랑길10. 충무공을 만나려 가는 길 고성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안정 황리 사거리로 갔다. 통영방향으로 가는 남파랑길 14코스를 다시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고성관내 남파랑길 13코스에서 31, 32, 33코스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우선 음식점 거리 통뼈감자탕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좀 이른 시간임에도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소주를 곁들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안정은 공단지구로 큰 조선소가 들어서 있었다. 지난번 트레킹 때 조용한 고성 거류 해안가를 돌고 얕은 해안가 고개를 넘어 통영 안정으로 들어서자마자 지축을 울릴 듯한 해머 소리에 놀란 적이 있었다. 충무공을 만나려 가는 첫 관문에서 조선소를 만난 셈이었다. 이번 트레킹에는 친구가 동행했다. 2년 전 해파랑길 트레킹 3박 4일을 함께했던, 여러모로 죽이 잘 맞는 친구..
남파랑길6. 미더덕 향기 진한 진동항 오후 4시가 지나 진동 광암항에 도착했다. 작은 모래밭 해수욕장이 있었고, 몇 척 어선이 떠있는 항구는 한가로웠다. 오랜만에 바다를 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진해에서 창원을 거쳐 마산을 지나는 동안, 포장도로나 산길을 주로 걸었지 바다다운 바닷길은 거의 걷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해이어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다... 방어·꽁치 등 어류 53종과 갑각류 8종, 패류 10여 종이 소개되어 있고...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안내판이 보였다. 조선 순조 때 신유사옥에 연루되어 이곳으로 귀양 온 김려가 지은 책으로 정약전의 자산어보보다 이른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라고 했다. 이상하고 기괴하며 놀랄 만한 물고기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보고 채록하였다고도 했다. 진동 바다는 물고기가 살기 좋은 풍성..
남파랑길9. 학동 돌담마을과 상족암 공룡 발자국 오후 3시쯤 학동마을에 도착했다. 운치 있는 돌담 너머 소담스럽게 핀 백목련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깨끗하고 조용한 돌담길을 지나 오늘 하룻밤을 묵기로 한 최영덕 씨 고가으로 갔다. 대문이 잠겨 있어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더니 안주인이 골목 저쪽에서 바쁜 걸음으로 다가와 인사를 했다. 숙박 손님이 나 혼자뿐이라 좋은 방으로 업그레이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집 구경도 하라고 했다. 내가 잘 방은 사랑채에서 가장 좋은 방, 사랑방이었다. 방은 넓지는 않았지만 널찍한 대청마루가 있고 샛문을 열면 동상東床이 있는 전형적인 지체 높은 옛 선비의 생활공간이었다. 넓적 돌에 황토를 발라 쌓은 정원 담장은 운치가 있었다. 고즈넉한 운치에 절묘하게 어울리는 오래된 동백나무에서 이 집의 역사와 품격이 전해져 왔다. ..
남파랑길8. 봄이 오는 고성의 산야 새벽 고성시장은 너무 이른 탓인지 썰렁했다. 청소차 소리만 요란할 뿐 문을 연 가게는 거의 없었다. 혹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있을까 두리번거리다 불이 켜진 떡집 두 곳을 발견했다. 콩고물 찰떡과 팥고물 찰떡 한 팩씩 샀다. 고성시장을 빠져나오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방앗간도 보였다. 고성 사람들은 유달리 떡을 좋아하나? 마침 쉼터가 있는 교회가 있어 들어갔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고성교회였다. 마당에는 100주년 기념석이 세워져 있었고, 쉼터는 깨끗했다. 교회 뜰에 들어오니 마음도 느긋해지고 편안해지는 듯했다. 나무의자에 앉아 콩고물 찰떡을 천천히 음미하며 오늘 걸을 길을 그려보았다. 수남회전교차로에서 남파랑길 리본을 만났고, 곧이어 대독누리길로 들어섰다. 대독누리길은..
남파랑길7. 소가야 왕국의 터, 고성 3월 24일 아침 7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을까, 두리번거리며 걷는데 배둔시장 앞에 난전이 펼쳐져 있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야채를 다듬고, 해산물을 손질하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들이 쪼그리고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은 영락없이 시골장터 분위기였다. 오늘 장날인가 봐요, 가볍게 인사겸 말을 건넸더니, 4일과 9일에 장이 선다고 했다. 게 쭈꾸미 해삼 생멸치 피조개 생미역... 그리고 봄쑥 풋마늘 상추 취나물 시금치... 한 무더기에 천 원에 사가라고 했는데 겸연쩍게 웃음으로 답했다. 그러고는 옆 리어카 과일 파는 아주머니에게서 참외 3개를 4,000원 주고 샀다. 아주머니는 올해는 무슨 영문인지 꿀벌들이 많이 사라져, 참외 수정이 잘 안돼 비싸다고 했다. 들판 가운데 논길을..
남파랑길5. 메가시티 창원 특례시 속 마산 창원 중심가인 상남동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24시 영업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고 택시를 타고 진해 편백치유의 숲으로 되돌아갔다. 상남동은 음식점, 술집, 호텔이 총 집결해 있는 창원의 원스톱 유흥 상업지구다. 오랜만에 창원에 내려온 김에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 회포도 풀었다. 한 사람은 창원관내 현직 조합장으로 내가 창원에 근무할 당시 얼떨결에 혈주를 마시고 의형제가 되어 지금도 연락을 하며 지내는 사이이며, 또 한 사람은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로 수많은 일탈적 추억을 공유하는 사이다. 놀랍게도 고등학교 친구는 고3 때 보충수업 들어가지 않고 며칠 놀다 온 내 고향동네에 최근 다녀왔다고 했다. 그 당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수차례 빰을 맞고 호되게 혼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참으로 오랫동안 우정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