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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18. 섬진강 제방길 따라 동광양까지 하동 송림 앞 재첩국밥 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송림 앞 로터리를 지나 섬진교 북쪽 인도로 걸었다. 어제 보지 못한 섬진교 북쪽 섬진강 풍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하동읍 건너편으로 매실마을로 유명한 광양 다압마을이 보였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재첩잡이 배는 정박되어 있었다. 섬진강은 온통 청색 물감을 부어놓은 듯 파랬다. 하동과 광양의 경계이자 전남과 경남의 경계인 섬진강은 무심히 흐르고 있었다. '젊은 교육도시 광양, 아이 양육하기 좋은 광양' 캐치프레이즈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방 도시가 겪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충이 엿보였다. 어제와 달리 섬진강을 따라 하구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2차선 포장 도롯가에 만들어진 나무데크길을 얼마쯤 걸으니 제방길이 나타났다. 보행자길은 제..
남파랑길17. 선경같은 섬진강 고을, 하동 어스름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무렵 하동 노량에 도착했다.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숙소를 찾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분명 지도앱에서 본 위치 같은데, 비 오고 어둠 내린 탓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바닷가 건물 3층에 여관 간판이 보여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았다. 빗줄기는 더욱 굳세 졌다. 이러다 숙소를 잡지 못하면 어쩌나, 마음도 초조해져 갔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불이 켜진 식당에 들어갔더니 그곳이 바로 여관을 같이 하고 있는 식당이었다. 6, 7월은 키르기스스탄 텐산 여행을 다녀오느라 건너뛰고 8월부터 다시 시작하는 남파랑길 트레킹, 그 첫 번째 코스가 하동구간이었다. 거리는 27.7km. 금남면 노량에서 시작해서 하동읍에서 끝난다. 하루를 꼬박 걸어야 하는 거리이기에 ..
키르기스스탄 텐산산맥 트레킹 여행 2 다음날 아침 좀 느지막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고깃국을 내놨지만, 떠나버린 식욕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단지 맥주는 입에 맞고 술술 잘 넘어갔다. 맥주 도수 9도, 우리나라 맥주 4,5도에 비해 훨씬 높았다. 딱 소맥 맛이었다. 산악차량을 타고 내려와 콕투스 트레킹을 시작했다. 해발 2,000m에서 시작해서 최고 높이 2,400m까지 올랐다 내려가고, 거리는 약 11km였다. 임도를 따라 걸었다. 자작나무, 낙엽송, 소나무, 독일가문비 나무 숲이 빽빽하게 이어졌고, 길옆으로는 때를 만난 야생화가 예쁘게 피어있었다. 임도에는 사람이 다닌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차량 바퀴 자국만 깊이 파여 있었다. 2,400m 마루턱에 올라서니 전혀 다른 기막힌 풍경에 압도 당했다. 끝없이 펼쳐진 ..
키르기스스탄 텐산산맥 트레킹 여행 1 2022년 7월 7일부터 7월 14일까지 키르기스스탄 텐산산맥 6박 8일 트레킹에 다녀왔다.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던 해외여행이 풀리자 혜초여행사가 기획한 텐산산맥 트레킹여행 첫번째 팀으로 참여했다. 총 17명이 참여했는데, 나는 고등학교 친구 1명 그리고 초등학교 친구 2명과 함께 참여했다. 참여자 모두 60대 이상이었고, 부부가 3쌍 참여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서 환승하여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공항에 현지 시간 오후 10시 30분에 도착했다. 환승시간 포함 총 7시간 30분이 걸렸다. 비슈케크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이다. 버드나무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 군데군데 서있는 미루나무를 보니 옛날 고향 농촌 풍경이 떠올랐다. 도시를 벗어나자 황량한 풍경이 나타났다. 산에는 나무 한그루 없었다. 포..
남파랑길16. 국가지정 생태 관광지, 남해 앵강만 상주 은모래해수욕장에서 좀 늦은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헤어졌다. 2박 3일을 친구들과 같이 여행하다가 나 홀로 트레커로 돌아왔다. 목적지는 남파랑길 41코스 종점 원천항으로 잡았다. 거리는 약 15km, 오후 6시 지나서야 도착할 것 같았다. 풍경이 확 바뀌었다. 아침 일찍부터 골짝길을 걷고 산길을 걸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관리된 도로를 걸었었는데, 해안가 숲 속 좁은 오솔길로 들어섰다. 언뜻언뜻 바다가 보였고 세찬 파도소리도 들려왔다. 잡목이 점령한 초소도 보였고, 폐허가 된 건물도 보였다. 오래전 해안경비대가 있다가 철수한 지역 같았다. 걷고 있는 길은 그 당시 초병들이 다녔던 길 같았다. 그런데 너무 한적했다. 오가는 사람도 없었고 마을도 멀찍멀찍 떨어져 있었다. 망망 푸른 바다가 나타났다. 남파..
남파랑길15. 물건리 방조어부림에서 상주 해수욕장 가는 길 남해에서 둘째 날 오후, 햇살은 강렬했지만 바람은 시원했다. 죽방렴을 곁눈질하며 넓은 갯벌을 지나고,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 방천 뚝을 따라 이어진 들길로 들어섰다. 지족해협과 창선도는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남해 본섬 트레킹 길에 본격적으로 올라섰다. 5월의 농촌은 의외로 한가로웠다. 마늘 수확을 하는 농부의 모습도 보였지만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아직 본격적인 농사철이 아니라서 그런가? 하지만 물을 가득 가둔 논에서는 모내기 농번기를 앞둔 정중동의 농촌 분위기가 느껴졌다. 길가에 오디가 다닥다닥 오지게 달린 야생 뽕나무가 눈에 띄었다. 까맣게 익은 오디를 따서 친구들에게 주었더니, 그 단맛에 놀라워했다. 아직 덜 여문 붉은색 오디는 시큼한 맛이 났다. 어릴 적 참 많이도 따먹던 오디다. 갑자기 추억 ..
남파랑길14. 남해의 이색 풍경, 고사리밭과 죽방렴 새벽 5시 30분쯤 길을 나섰다. 이른 새벽임에도 날은 훤했다. 지도 앱에는 남파랑길이 삼천포대교 서쪽 인도로 안내하고 있었으나, 동쪽 인도를 따라 걸었다.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삼천포대교에는 간간히 소형 트럭만이 지나가고 적막했다. 초양대교를 지나고 늑도대교를 지날 무렵 붉은 아침해가 바다에 길게 그림자를 비추기 시작했다. 삼천포와 남해를 잇는 다리는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4개였다. 창선대교를 건너자마자 창선치안센터 앞에서 건널목을 건너 본격적으로 남파랑길 남해구간 트레킹 길에 들어섰다. 숲길을 지나자 한적한 어촌이 나타났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을 받은 마을은 안온했고 잔잔한 바다는 평화로웠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나무가 있어 가보니 왕후박나무였다. 후..
남파랑길13. 아름다운 낙조, 삼천포 실안 바다 12시에 삼천포터미널에 도착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아침 8시 첫차를 탔음에도 반나절이 지난 시간이었다. 택시를 타고 다시 고성 하이면사무소 앞 사거리, 남파랑길34코스 시작점으로 갔다. 마침 문을 연 식당이 있어 들어갔다. 식당에는 제법 손님들이 많았고, 나는 구석 자리에 앉아 백반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3월에 남파랑길 고성구간을 걷고 4월에 통영구간 남파랑길을 돈 후, 다시 고성에서 삼천포로 이어지는 남파랑길 순로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출발점에서 500m쯤 걸어 다리 하나를 건너니 바로 삼천포였다. 타고 온 택시기사에게 들으니 삼천포 인구는 4만 명이 안된다고 했다. 한 때 삼천포는 한려수도의 중심 기항지였으며, 서부경남의 관문 항구로서 교통의 요지였다. 많은 지방 소도시가 그렇듯 삼천포는 ..